2025.09.08 오늘의 시
김옥전 <우리는 저마다의 속도로 슬픔을 통과*하고>
베란다 밖으로
폭우처럼 쏟아지는 말의 빗줄기가
새벽 세 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시끄러웠다
귀를 찢고 잠을 깨트리던 빗줄기가
엘리베이터를 떨어트렸다
잘 곳도 갈 길도 없이 출발한 말과
말과 말이 쏟아져 수렁이 되고
하자마자 하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말들이 빨려 들어간 후
몇 번의 천둥이 쳤다
출발이 유예된 말들은 후회했지만
말에 부딪힌 말은 중력을 잃고 시간을 통과한 후였다
기다림에도 속도는 있어
슬픔을 지나가거나 지나가지 않고
추락은 파편의 속도로
기다림은 오지 않는 속도로
후회는 소용없는 속도로 슬픔을 지나간다
새벽 세 시에 사라진 말을
오후 세 시가 되어서야 찾은 소문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더 한참 말을 하지 못하겠지만
아침을 맞이하는 국화의 형식으로
이야기가 되지 못한 말을 애도하기로 했다
* 브룩 노엘/패멀라 D의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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