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1 오늘의 시
조혜정 <재단사 프랑켄슈타인>
당신 옆구리에 예술적 상처가 아름다워요
재단사는 부드러운 목소리 속에서
피 묻은 바늘을 꺼내 포도주에 씻었다
누군가 처음 우릴 이렇게 죄로 꿰매어 만든 것 같지 않나요
속죄와 희생의 양털 펠트 조각을 들고
자,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들 당신입니다
침묵을 깨뜨려 부서진 조각들을 흰 뼈에 꿰매어 완성하기까지
982단계의 바느질이 필요합니다*
재단사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실밥들이
양복점 실내에 눈처럼 내리고 있었다
백만 번째 눈송이가 막 떨어지고 있을 때
흩어지는 눈송이들에게
아우구스투스, 크리수스, 칼리굴라, 네로, 갈바, 오토 • • •
이제는 사라진 옛 로마 황제들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런 바느질을, 예술적 패치워크를
정말 나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요?
재단사의 이야기가 순결한 박음질처럼
마침내 우리를 관통하여 서로에게 눈부시게 봉합될 때까지
눈은 그치지 않을 것 같았다
자, 이것이 바로 내가 만들 당신입니다
당신이 원하는 아웃핏을 상상해 보세요
우리는 유리창에 떨어져 흘러내리는
흰 눈송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영화 「The Outfit」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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