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9 오늘의 소설
정보라 [고통에 관하여] 中
현의 어깨를 감싸 안은 순간 경은 지나간 9년 반의 시간, 고독하고 단단하고 매서웠던 날들이 순식간에 녹아 사라졌음을 알았다. 그리고 경은 태에 대해 생각했다. 태의 흉터에 대해 생각했다.
흉터는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흉터는 상처와 고통과 회복의 과정과 회복에 동반하는 망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복 뒤에 남는 감정과 기억을 대표했다. 경이 탐색했던 것, 탐색해서 되찾으려 한 것은 그 기억이었다. 신체에 새겨진 고통의 기억을 간직한 채, 상처 입은 흉터투성이 존재를 떠안고 죽는 순간까지 망가진 채로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운 일이었다. 그러한 삶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경험을 통해 이해하는 존재를 그녀는 찾고 있었다. 그것은 사랑도 성욕도 아니었다. 사랑이나 성욕보다 더 깊은 어떤 것이었다. 망가졌더라도 살아갈 수 있고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사실, 망가진 채 살아가도 괜찮다는 승인을, 같은 경험을 가진 다른 존재를 통해 재확인하고자 하는 생의 가장 깊은 추동(推動)이었다.
탐색은 실패했다. 이제 경은 그 사실을 이해했다. 사람의 삶은 모두 다르고 고통의 경험도, 고통에 대한 대응도 각각 달랐다. 자신의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었다. 비일상적인 삶의 경험과 강렬한 고통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타인과 즉각적인 유대감을 맺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통과 고통의 탐색은 오히려 경을 타인으로부터 고립시켰다.
고통의 탐색에 매몰되면 결국 과거의 고통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 했다. 그러다 보면 어떻게든 벗어나려 했던 그 고통으로 돌아가 결국 다시 그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과거에 발목을 잡히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던져야 할 질문들을 모두 던지고 나면 같은 질문에 더 이상 머무르지 말아야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경은 그 사실 또한 확실히 깨달았다. 태가 상처 입은 방식은 그녀와 유사했으나 같지 않았다. 회복의 과정과 고통의 기억을 이해하는 그녀의 방식과 태의 방식은 하늘과 땅만큼 달랐다. 그러므로 더 이상 과거를 헤집기 위해 같은 질문을 되풀이하면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경은 현을 사랑했다. 그리고 현과 함께 자신도 형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남은 삶을 함께 살기를 원했다. 고통스럽지 않은 기억으로 삶을 채우고 흉터가 아닌 증거들로 앞에 남은 생을 함께 축복하고 기념하기를 원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지 경은 알지 못했고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었다. 그러나 시도는 해봐야만 했다. 현이 자신의 눈앞에 있었고 경은 현을 사랑했으므로 최대한 노력은 해봐야 했다.
경은 이 모든 것을 명확하고 적절한 언어로 현에게 설명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므로 경은 현의 품에 파고들어 현의 따뜻한 존재를 껴안았다. 힘주어 붙잡고 놓지 않았다. 앞으로도 놓지 않겠다고 경은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