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1 오늘의 산문
<그런 사람들> - 안리타 [모든 계절이 유서였다]
그는 말이 없는 사람이다, 말을 늘 남기는 사람, 말을 남긴 채 영영 사라진 사람이다. 그리하여 나는 말의 끝이 궁금한 사람. 이제부터 당신의 말들을 이어서 해야 한다. 온점 뒤는 늘 나의 몫이라, 그것을 어떻게 돌볼까. 나는 그런 것을 염려하며 잠드는 사람이다.
어젯밤 꿈속에선 당신이 왔었어. 우리의 입술은 말하기도 전에 완성되고, 당신이 가만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 나는 다 아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했는데, 당신의 손길이 닿을 때 마다 얼굴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는데, 목소리는 어디 있는 걸까, 남은 말의 촉감을 떠올리다 깨어나면 나는, 꿈의 끝이 궁금했다.
이제는 당신의 얼굴을 대신 살아야 한다. 표정은 늘 나의 몫이라 그것이 어떻게 우는지, 나는 그런 것을 달래다 잠이 드는 사람.
어쩌면 우리는 사라지는 것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매일 밤 잃어버린 말들을 찾다가, 기껏 심장을 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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