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4 오늘의 소설
<광화문 삼거리에서 북극을 가려면> 中 - 권혁일 [첫사랑의 침공]
수첩에는 우리가 적어 놓은 지구 여행 버킷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서현이 보고 싶다는 곳, 전부 보여 주고 싶어.”
“메로, 이거 좀 기분이 이상한데? 지구인이 카뎀한테 지구 여행 가이드를 받고 있는 것 같잖아.”
“내 표현이 잘못된 걸까?”
“그냥, 그렇다는 거지. 든든해, 좋아.”
한때 타지마할이었던 흰 대리석 더미 위로 큰 보름달이 떴다. 달은 이 지경이 된 지구를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가가지 못하고 주변만 뱅뱅 돌 수밖에 없다는 게 속상하고 답답하겠지. 하지만 지구는 분명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손바닥에 닿은 지면에서 그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달이 자신을 떠나지 않고 여전히 곁에 머물러 줘서, 걱정스러운 낯빛으로 빤히 바라봐 줘서. 혼자가 아니라는 건 말할 수 없이 기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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