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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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 2025

2025.07.20 오늘의 산문

안녕하세요. 영우지기, 은별입니다. 그동안 소홀했습니다. 사실 이때껏 거의 200편에 가까운 시를 보내드리다 보니, 점점 제 밑천이 드러나더군요.
오늘부터는 산문과 소설 일부분도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어느 날은 ‘오늘의 시’가, 또 어느 날은 ‘오늘의 산문’이, 그리고 또 어느 날은 ‘오늘의 소설’이 여러분의 편지함으로 도착할 거예요. 물론 생각이 많았습니다. 시와는 다르게 부분으로만 소개해 드릴 수밖에 없는 소설과 산문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문학 작품은 일부분이 아닌 전체를 봐야 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소개해 드리고 싶었다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겠네요. 작은 부분이 마음에 들어 전체를 읽고 싶게 되기도 하니깐요. 때로는 한 사람이 아니라 한마디의 말에 삶을 살고 싶게 될 때도 있으니깐요.

누군가 제게 “가장 좋아하는 책이 뭐야?”라고 물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소개할 텐데요. 안윤 작가님의 [물의 기록]이라는 산문집입니다. 그 중 <나무를 심다> 속의 한 부분을 소개해 드립니다.

<나무를 심다> 中 - 안윤 [물의 기록]

G가 아무렇지 않음을 문뜩 발견하게 될 때까지 터뜨릴 발작적인 울음들을, 잠들지 못할 밤들을, 체하게 될 끼니들을 예감했다. G가 발견하게 될 그 아무렇지 않음은 끝끝내, 온전한 아무렇지 않음이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예감했다. 그것은 앞으로 다가올 G의 시간에 대한 예감인 동시에, 잊고 지냈던 내 지난 시간의 이력이었다. 그러나 나는 예감할 수만 있을 뿐, 내 몫으로 주어진 아픔은 거기에 없었다. 나는 G가 아니고, 앞으로 G가 맞이할 시간 역시 내 것이 아니다. 그러니 다른 도리가 있었을까. 나무를 심으러 가자고 말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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