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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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30, 2025

2025.06.30 오늘의 시

안희연 <파트너>

너의 머리를 잠시 빌리기로 하자

개에게는 개의 머리가 필요하고 물고기에게는 물고기의 머리가 필요하듯이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오더라도 놀라지 않기로 하자

정면을 보는 것과 정면으로 보는 것

거울은 파편으로 대항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어김없이 멀리 와 있어서

나는 종종 나무토막을 곁에 두지만



우리가 필체와 그림자를 공유한다면

절반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겠지



몸을 벗듯이 색색의 모래들이 흘러내리는 벽

그렇게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나의 두 손으로 너의 얼굴을 가려보기도 하는



왼쪽으로 세 번째 사람과 오른쪽으로 세 번째 사람

손목과 우산을 합쳐 하나의 이름을 완성한다

나란히 빗속을 걸어간다

최대한의 열매로 최소한의 벼랑을 떠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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