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28 오늘의 시
유선혜 <어떤 마음을 가진 공룡이>
죄를 지은 공룡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를
그런 이상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박물관의 입구에는 오래된 공룡 뼈가 목을 빼고 서 있다
나는 거대한 얼굴 앞에서 잠시 멈추고
어디서 만난 적이 있나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호기심 어린 얼굴이지만
결국에는 아무도 삶 이전을 떠올리지 않는다
그래, 내가 다시 태어난다는
그런 이상한 이야기가 있다
눈이 뻥 뚫린 골격이 되묻고
어떤 전생의 단어들을 꼭꼭 삼켰죠?
여기로 돌아올 때
얼마나 어색한 얼굴을 하고 눈을 떴나요?
오랜 시간 후에 이 세상을 또다시 방문하는 마음은
질긴 풀을 서서히 삼키는 일과 비슷하고
잘리지 않는 살점과 핏줄을 천천히 씹어 먹는 일과 같을지도 모르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체온처럼
온난한 공기 위를 나른하게 떠다니고
거대한 몸집을 끌고 산소가 부족한 공기 속을 오래 걸어가는 끈기였겠지
벌을 서는 것처럼
조용히 뼈 옆에 서서
커다란 프릴과 뿔이 만드는 얼굴의 세계를 본다
건너갈 수 없는 세계를 넘어 돌아온 너는
지금의 나를 어떤 눈빛으로 바라볼까
도대체
그런 이상한 되풀이가 있다
괴상하고 커다란 얼굴이 있다
공룡의 긴 이름이 적힌 팸플릿으로 종이비행기를 접는다
우리는 쉽게 잘못을 지운다
비행기가 꼬리의 곡선처럼 바닥으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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