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3 오늘의 시
박준 <꾀병>
나는 유서도 못 쓰고 아팠다
미인은 손으로 내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번갈아 짚었다
"뭐야 내가 더 뜨거운 것 같아"
미인은 웃으면서 목련 꽃같이 커다란 귀걸이를 걸고 문을 나섰다
한 며칠 괜찮다가 꼭 삼 일씩 앓는 것은
내가 이번 생의 장례를 미래 지내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어렵게 잠이 들면 꿈의 길섶마다 연꽃이 피었다
나는 자면서도 누가 보고 싶은 듯이 눈가를 자주 비볐다
힘껏 땀을 흘리고 깨어나면
외출에서 돌라온 미인이 옆에 잠들어 있었다
새벽 즈음 나의 유언을 받아 적기라도 한 듯
피곤에 반쯤 묻힌 미인의 얼굴에는
언제나 햇빛이 먼저 와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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