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9 오늘의 시
진은영 <어쩌자고>
밤은 타로카드 뒷장처럼 겹겹이 펼쳐지는지. 푸른 물 위에 다알리아 꽃잎들이 맴도는지. 어쩌자고 벽이 열려 있다는데 문에 자꾸 부딪치는지. 사과파이의 뜨거운 시럽이 흐르는지, 내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지. 유리공장에서 한 번도 켜지지 않은 전구들이 부서지는지. 어쩌자고 젖은 빨래가 마르지 않는지. 파란 새 우는지, 널 사랑하는지, 검은 버찌나무 위의 가을로 날아가는지, 도대체 어쩌자고 내가 시를 쓰는지, 어쩌자고 종이를 태운 하얀 재들은 부드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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