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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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7, 2025

2025.05.27 오늘의 시

이지율 <밤의 도시>

가시광선 절벽 같은 어둠을 뛰어내리면
석촌호수는 쓸쓸한 도시 하나를 건설한다.

물그림자를 발목 잡힌 월드타워
허공뿐인 높이 보다
불빛 촘촘한 바닥 아래가 더 궁금하다는 듯이
물의 속살 뒤적거리며 아래로만 깊어지고

약속을 기다리는 빈 의자 위에
고독을 뿌리째 건져 올리느라 흔들리는 수은등,
너도 *머리 기댈 어깨가 그립구나.

깊어가는 고적이 버거운 가로등
수문장의 고뇌 불면으로 털어내는 밤

뛰어든 물속에 마천루 지어놓고
어둠을 채색하는 잔물결 실루엣에
무릎 꿇어 도시여

*
김후란 시인의 빛의 존재에서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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