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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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4, 2025

2025.05.04 오늘의 시

박시하 <일요일>

차가운 유리병 속에서

내 취미는 영원히 무릎을 꿇는 것

​

슬퍼지기 위해서 이별하는 연인들처럼

증거도 없이 믿었다

​

“너는 슬픈 시를 쓰는구나.

슬픔이 시가 되었으니 안 슬퍼야 할 텐데.

시가 된 슬픔은 어느 다른 나라로

잠시 여행을 간 거야.

어느 날 건강히 다시 돌아올 거란다.“

​

답장을 보내는 대신

점점 얕아지는 강물 위에서

푸른 배의 꿈을 꾸었다

​

슬픔을 믿을 수는 있었지만

어떤 기도가 입술을 만드는지 알 수 있었다

​

먼 강변에 있는 사람에게 입술을 떼어 보냈다

입술이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유리병은 너무 뜨거웠다

​

익숙하고 붉은 지옥의 형상

이 슬픈 구덩이, 내 죽음의 역작

​

천국에는 정들어 떠날 수 없는 모르는 말들이 잔뜩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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