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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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4, 2025

2025.04.24 오늘의 시

김도은 <적당한 힘>

새를 쥐어 보았습니까?

​

새를 쥐고 있으면

이 적당한 힘을 배우려 학교엘 다녔고 친구와 다퉜고

매일 아침 창문을 열고 온갖 소리를 가늠하려 했었던 일을 이해하게 됩니다

​

온기는 왜 부서지지 않을까.

​

여러 개의 복숭아가 요일마다 떨어지고

떨어진 것들은 정성을 다해 멍이 들고 꼼지락거리는

애벌레를 키운다

​

서로 다른 힘을 배치하는 짓무른 것들의 자세

새로운 패를 끼워 넣고 익숙한 것을 바꿔 넣으면

손을 빠져나간 접시가 깨졌고

칠월이 손에서 으깨어졌고

몇몇 악수가 불화를 겪었다

​

세상의 손잡이들과 불화하든

친교를 하든

모두 적당한 힘의 영역이었을 뿐

몰래 쥐여준 의심과 아무렇게나 손에 쥐고 있던 새의 기록에서

별똥별을 본다

​

적절한 힘을 파는 상점들이 있었으면 해

포장도 예쁘게 해서

심지어 택배로 보낼 수 있었으면 해

평평하고 고요한 힘

고요해서 막다른 골목만큼 지루하고 착한 힘

​

모자라거나 딱 맞는 힘이 아니라

오르막을 오를 때 내리막 힘을 딛고 올라가려 하는,

내가 알지 못하는 모든 일들을 데려오거나

데려간 그 힘.

​

손 닿는 곳마다 손잡이가 있는 건 아니니까

하루를 조금 더 올라가 보려는 거겠지

​

한 발 한 발 올라간다고 해서 다 볼 수 잇는 건 아니니까

삐딱하게 어둠이 잡음으로 끼어들어도

멈추지 않으려는 거겠지

​

불편한 새를 손에 쥐어 보기 전에

적당한 힘 하나 손금으로 열러두어도 괜찮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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