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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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2, 2025

2025.04.12 오늘의 시

익명 <쭉정이>

밥알을 씹다가
하나, 속 빈 쭉정이가 들어왔다

벼는 수확되어
타작을 거치고
바람을 지나

겉껍질은 날아가고
속 빈 낱알은 버려졌다

도정의 칼날마저 지나
모든 것이 빛나는 쌀알로 남았을 때도

그 모든 바람에도
그 모든 진동에도
하나쯤은 남는다
나는 그 하나일지도 모른다

속이 비었다고
쓸모없다고
말해도 괜찮다

남았으니까
살아남았으니까
나는 쭉정이로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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