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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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11, 2025

2025.04.11 오늘의 시

민구 <투명 인간>

망토를 걸치면

들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신기한 게 나타나면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다

멀뚱히 서 있기만 해도

누군가는 경고 없이 공포탄을 쏘고

적금을 깨려고 들어간 은행에서

손모가지는 어디로 날아갔을까

보이지 않아서 모르겠네

맨 정신으로 동물원에 간 어른들이

호랑이에게 설교하는 걸 봤다

발톱이 망토를 찢고 그들을 할퀴었을 때

나는 팔을 줍는 사람이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했어

투명한 사람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면

그들은 어떤 색의 매를 고를까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것이 두렵다

두렵다는 기분이 더럽다

사람들이 자꾸만 내 손을 놓친다

마음을 들키고 싶어서

망토를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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