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0 오늘의 시
안미옥 <사운드북>
노래는 후렴부터 시작합니다
후렴에는 가사가 없어요
사랑 노래입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모르겠어요 잘하고 있는 건지
마지막에 했던 말을 자꾸 번복합니다
주소도 없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엽서도 있습니다
모든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나는 궁금합니다
꽃병에 담긴 물은
언제부터 썩을까
믿음을 강조하던 사람이
귀퉁이에 써놓은 작은 메모를 볼 때마다 알게 됩니다
그가 무엇을 염려하는지
꽃은 식탁 위에 뒀습니다
활짝 핀 꽃은 마르면서 작은 꽃으로 자랍니다
말린 꽃의 온도로
깨진 조각을 공들여 붙인 그릇의 모양으로
오늘도 웃게 됩니다
어느 날엔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긴 울음은 이해가 되는 데 긴 웃음은
무서워서
이 꿈이 빨리 깨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왜 슬픔이 아니라 공포일까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어서
웃음은 슬프고 따듯한 물 한 모금을
끝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어서
깨어난 나는
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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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노래입니다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
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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