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9 오늘의 시
고명재 <틈>
네가 모는 자전거 뒤에 비스듬히 앉아서
구두코를 스치는 유채꽃들을 보는 것
아름다운 수동성
옆으로 흐르는
작은 풀꽃과 톱니와 자갈의 강물
너는 뒤에 앉은 얼굴은 보지 못한 채
숨을 색색거리며 은빛 페달을 밟고
나는 너의 따스한 배에 손을 얹고서
왼편의 풍경 속으로 나아간 것인데
곧 청보리가 돌길에 번질 듯 타겠지
여름은 셔츠를 뚫고 땀을 영글어
우리는 가난해 지겠지 너의 고운 척추 밑에선
설탕 밟는 소리가 나겠지
나는 너의 등에 귀를 대고서
일본식 소책자라도 읽는 것처럼
왼편의 풍경이 오른쪽 어깨로 넘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만 보는 것인데
언젠가 집 앞의 배롱나무가 행주처럼 비틀려 꽃을 뱉을 것이다
마른 팔을 붙잡고 땅을 헤엄치리라
귀를 잃으리라 너는 숨을 색색거리고
나는 너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사랑한다 말하고 너는 메말라가고
그래도 괜찮다 지금은 페달을 밟으며
나아가는 느낌 속에 우리가 있기에
발끝을 툭툭 스치는 유채꽃 머리
미지는 그렇게 조용히 몸을 두드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눈앞이 선한 등으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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