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7 오늘의 시
장수양 <여는 시>
물을 좋아하지만 유리병 속에 든 물은 아니었다
나는 글자를 적었다 그리고 물이 내게로 올 때까지 기다렸다 물은 사람을 죽이지 않았고 물은 生도 아니었다 물안에 든 生이 있었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유리병에 넣으면 生은 사라졌다
만져지는 하늘이 내 머리 위에 있었다 나는 하늘이라고 말했다 불린 사람이 돌아봤다 마주치지 않았다 나는 만져지지 않는 사람으로서 어딘가를 돌아보고 있었다
나는 사람을 기다렸다 사람이어서 기다렸다 아무것도 나쁜 일은 없었다 시간이 흘렀다 나는 生을 부르면 죽음이 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도 나쁜 일은 아니었다 나는 사람을 부르면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거꾸로 떨어지던 사람을 바로 세우고 허공을 걷게 했다 걸음이 끝나는 곳에 나를 세웠다 그는 나를 통과하여 절벽을 향해 멀어져갔다 나는 그를 불렀다 기다리는 일은 불행이 될 수 없었으므로 나는 기다리는 것으로부터 계속 멀어졌다
나는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나는 어디로도 흐르지 않았다 나는 내가 아주 많은 장소를 지나 어딘가에서 뒤를 돌아본다고 생각했지만 잠깐 나는 찰랑거렸을 뿐이었다 나는 사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서 사람을 기다렸다 나는 멈춰 있었다 나는 사랑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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