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3 오늘의 시
차유오 <비워내기>
오래된 물건에서는 비린내가 난다
목이 잘린 뒤에도 목걸이를 건 귀신을 보며 생각했다
깨지기 쉬운 것을 사랑했지 깨지는 순간이 되면 온몸을 다해 조각나는 광경을 더는 손에 쥘 수 없는 작은 유리컵과 이러 붙일 수 없는 뾰족함
빽빽하게 솟은 수풀 속에 숨어 하루를 보내는 동물들과 사람의 몸을 한순간에 먹어 치우는 동물들 도망가는 동물을 쫓는 사냥꾼들
지옥이란 건 몸을 가진 존재들의 공간이야
몸이 사라지면 다음도 없어
나는 속을 갈라낸다
활활 타서 사라지거나
아무것도 없는 몸 중에
하나를 택하는 방식으로
내장 속에는 전부 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 소화되지 않은 슬픔 내 것이 아니라고 믿었던 기쁨이 있다 비워둔 내장이 구석에 쌓여가고 내장과 내장이 쌓여 몸보다 커져가는 것을 본다
안에 남은 게 없을 때까지
비워내고 비워낸다
무엇도 나를 인식하지 못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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