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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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9, 2025

2025.03.29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 제 친구가 결혼을 했습니다. 둘의 시작부터 지켜봐왔기에 감회가 남달랐는데요. 그 둘을 축하하며 이 시를 바칩니다.

안도현 <결혼이란>

결혼이란 그렇지요,

쌀씻는 소리, 찌개 끓는 소리 같이 듣는 거지요

밥 익는 냄새, 생선 굽는 냄새 같이 맡는 거지요

똑같은 숟가락과 똑같은 젓가락을

밥상 위에 마주 노는 거지요

결혼이란 그렇지요,

한솥밥 먹는 거지요

더러는 국물이 싱겁고 더러는 김치가 맵고

더러는 시금치무침이 짜기도 할 테지요

결혼이란 그렇지요,

틀린 입맛을 서로 맞춘다는 뜻이지요

(서로 입을 맞추는 게 결혼이니까요)

결혼이란 그렇지요,

혼자 밥 먹던 날들을 떠나보내고

같이 밥 먹을 날들을 맞아들이는 거지요

(그렇다면 밥을 다 먹은 뒤에는 무얼 할까요?)

혼자 잠들던 날들을 떠나보내는 거지요

같이 잠드는 날들을 맞아들이는 거지요

결혼이란 그렇지요.

둘이서 하나가 되는 일이지요

그리하여 하나가 셋을 만들고 넷을 만들고 다섯을 만드는 거지요

그 날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외딴방'에서 혹은,

'숲으로 된 성벽'에서 말이지요,

밥도 먹고 떡도 먹고 술도 먹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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