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8 오늘의 시
강신애 <갈매기>
책장을 넘기자 갈매기가 튀어나왔다
수평선, 열기, 깨어지는 고요의 모서리……
단어들과
망막의 핏줄을 활시위 당겨 무한천공이 흔들린다
몇 장의 페이지를 되짚어 넘기면
거기 부화한 알들의 둥지가
죽음의 실타래 같고
노을의 음파가 철썩인다
타자기가 종이뭉치를 물고 있다
이 낯선 물가는 책을 적시지 못한다
간신히 지문이나 축축해질 뿐
시린 두 눈을 감으면
깃에 사로잡힌 바람의 떨림을 음미할 수도 있다
갈매기를 접어
어둠 속에 질식시킬 수도 있다
읽을 수 있다는 실감으로 잠결에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을 듣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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