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26 오늘의 시
문정희 <문플라워>
이상하다! 봄이 반만 보인다
모처럼 세상에 봄이 왔는데
한쪽 동공이 붉은 실핏줄로 덮여 있다
눈에 안대를 하고 골목을 걷는다
빈터에 쏟아지는 차가운 햇살에
꽃 행상 트럭 기대 서 있다
떠돌이 유기견처럼 발걸음을 멈춘다
봄이 반쯤 닫혔으니
다른 촉수가 다 열렸나
하얀 옷 차려입은 달맞이꽃
밤도 아닌데 선물처럼 다가온다
내 곁에서 하르륵 피어난다
아무리 다 주려 해도 다 주지 못하고
아무리 다 꺼내도 다 꺼내지지 않아
달이 뜰 때
그때까지 참고 있던 문 플라워
고백처럼 터뜨리는 꽃말이
골목 빈터에 첫 물방울처럼 떨어진다
내 두 눈 실핏줄 모두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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