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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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2, 2025

2025.03.22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을 듭니다. 비가 꽤나 오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라는 것이죠. 그런 우리는 종종 그 비가 강을 범람하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강가에 가 서 있게 됩니다. 참 바보같죠. 사람은 애정 앞에서 죄다 바보가 되나봅니다.

김민서 <우산을 들고도>

발치에 강이 깊은데 돌미나리 타들어간다

 

거친 땅을 움켜쥔 채 헝클어진 뿌리들

오랜 집착을 끊듯 걷어내고

맨드라미 모종하는 호미가 붉다

 

미나리와 맨드라미의 거리

비껴가는 두 생의 거리를 서성이는 동안

사라지는 것들을 위한 칸타타처럼

빗방울 듣는다

 

생이가래 개구리밥 모여들어

뜯긴 뿌리를 보듬고

토란은 우산을 펴 비를 부르는

 

소소한 것들이 가진

저 마음의 틈 사이로

비오리처럼 몸 밀어 넣고 싶구나

 

체념의 뿌리 내리다

세상의 모든 강가에서 목마른 것이 미나리뿐이랴

강물의 혀 차는 소리 찰찰 들리면

 

우산을 들고도

그대라는 강가에서 나는

맨드라미의 붉은 혀처럼

뜨거운 이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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