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5 오늘의 시
강우근 <너와 바꿔 부를 수 있는 것>
내가 가까이 다가갈수록 너를 그것과 바꿔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창가에 키우는 식물이 많아질수록 너의 습관과 기분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식물에는 모두 그 씨앗을 흙 속에 묻은 정원사의 영혼이 담겨 있어
죽어가는 식물에서 조심스레 흘러나온 영혼이 너로 하여금 단단한 씨앗을 집게 할 것이다
한밤중에 나에게서 빠져나온 이상한 꿈들은 방향을 어디로 바꿀지 모르는 꼬리처럼 너를 따라다닐 것이다
너는 한 마리의 고양이를 좋아했기에 앞으로
얼룩과 울음소리가 다른 세 마리의 고양이가 품 안에서
털을 날리며 살아가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좋아하는 색을 더 좋아하게 되면서
멀쩡한 파란색 후드티가 없게 될 것이다
투명한 컵이 있어서 그 잔에 물을 계속 따르듯이
넓은 탁자를 두었기에 집에 초대하는 사람이 많아지듯이
거실에 들여놓은 나무 가구들은 커튼을 걷어
해가 들어올 때마다 새로워질 것이다
내가 바깥에 나가 있는 동안 집 안의 나무들은 너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네가 남겨놓은 얼룩을 셔츠의 끝자락처럼 만지작거리고 있을 것이다
네가 가방 속에 넣어둔 작은 열쇠가 쓰일 때마다
정말로 네가 원하던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너의 몸속에서도 작은 열쇠를 찾을 수 없을 때
너는 누군가가 사라진 것들과 함께 이 마법 창고를 옮기는 것을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마법 창고가 텅 빌 때까지 너는 너에게 대화를 요구하는 사물을 거리에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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