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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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4, 2025

2025.03.14 오늘의 시

이장욱 <얼음처럼>

나는 정지한 세계를 사랑하려고 했다.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세계를

나는 자꾸 물과 멀어졌으며

매우 견고한 침묵을 갖게 되었다.

나의 내부에서

나의 끝까지를 다 볼 수 있을 때까지.

저 너머에서

조금씩 투명해지는 것들을.

그것은 꽉 쥔 주먹이라든가

텅 빈 손바닥 같은 것일까?

길고 뾰족한 고드름처럼 지상을 겨누거나

폭설처럼 모든 걸 덮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가위바위보는 아니다.

맹세도 아니다.

내부의 뜻밖의 계절을 만드는 나무 같은 것

오늘 아침은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는 생각 같은 것

알 수 없이 변하는 물의 표면을 닮은.

조금씩 녹아가면서 누군가

아아,

겨울이구나.

희미해.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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