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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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13, 2025

2025.03.13 오늘의 시

류시화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 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시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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