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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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8, 2025

2025.03.07 오늘의 시

이병률 <오늘의 가능성>

아침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근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비누의 미끄러지는 속도와

그 비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속도를 지켜봤습니다

제힘으로 펼치고 닫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달아놓은 휴지가 저 혼자 힘으로 풀려버리거나

가만히 있던 돌이 구르기 시작하죠

목욕하는 동안의 고독은 잠시였으며

오전 내내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점퍼의 지퍼와 씨름했답니다

열어놓은 창문 앞에는

하나 남은 사과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빌린 차 뒷자리에는

1미터쯤 되는 선물 포장지가 말려 있고요

오늘을 오래 기다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가 잘못 들은 말인지도요

어디쯤 오고 있나요

나는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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