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7 오늘의 시
이병률 <오늘의 가능성>
아침에 물을 받아 몸을 담근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비누의 미끄러지는 속도와
그 비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속도를 지켜봤습니다
제힘으로 펼치고 닫는 것들이 있습니다
매달아놓은 휴지가 저 혼자 힘으로 풀려버리거나
가만히 있던 돌이 구르기 시작하죠
목욕하는 동안의 고독은 잠시였으며
오전 내내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점퍼의 지퍼와 씨름했답니다
열어놓은 창문 앞에는
하나 남은 사과가 있습니다
친구에게 빌린 차 뒷자리에는
1미터쯤 되는 선물 포장지가 말려 있고요
오늘을 오래 기다렸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가 잘못 들은 말인지도요
어디쯤 오고 있나요
나는 조금 일찍 도착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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