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18 오늘의 시
민구 <당신의 옥수수>
결혼은 마라톤
여러분은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손을 잡아주십시오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해야 삽니다
요즘엔 주례 없이 신랑 신부가 편지를 읽거나
양가 어른들이 덕담을 해준다는데
주례사는 끝날 줄 모르고
나는 배가 고파서 식당으로 간다
식당은 하객이 없고 말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그런데 신랑이 부케를 받으면 금실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이곳에서 식을 올리면 경건할 것 같다
기록적인 폭설로 창밖에는 눈이 내리고
나는 새벽부터 먼 거리를 이동하는
알라스카의 개들을 생각한다
썰매를 끄는 개랑 결혼하면 잘 살거야
이웃집 개에게 말린 고구마를 주면서
청혼을 하면 받아줄까
사납게 짖는 소리가 들리고
우리나라는 검은 머리 파뿌리
일본 사람들은 사랑을 고백할 때
된장국을 끓여달라고 한다는데
나는 메주콩 알레르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프리카의 낭만적인 사람들처럼
그대는 옥수수를 자라게 하는 햇빛이고
파도를 잔잔하게 가두는 바다라고
고백할 자신이 없다
하지만 멀리 가야 해
사람들이 떠난 출발선에서
나 혼자 서성이지만 그대는 오지 않고
아직 주례사는 끝나지 않아
식지 않은 음식을 나눠 먹고
서울의 집값이 올랐으니
함께 복권을 긁을 까요
당신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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