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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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5, 2025

2025.02.15 오늘의 시

장수양 <휴일>

구름이 내려 사람들이 푹신해졌다

모자의 밀회를 추적하던 사람들이 모자를 잊었다

하늘의 빛깔을 세던 사람들이 파도를 잊었다

언젠가 한없이 쉬어도 이 휴일을 기억하리라

부푼 롤빵처럼 사람들이 길을 구르고

아무도 조용한 어제를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는

주유소에서 함장이 미끄러지고

수줍음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언덕을 고백하는

순간이 빛난다면 우리가 다 잊을 때쯤 우주에선 한 개의 조명이 켜질 테니까

화려함이 단순해지고

모든 맹목이 존중받았으며

인파에 깔린 모르는 돌은 허공에 켜져 우리의 눈을 밝혔다

고요하며

얼마든지 고요하며

사랑하며

얼마든지 사랑하며

파란의 어감이 바래져 아무도 읽지 않는 우화 속의 봄이 되었다

아무도 듣지 않지만 기다리고 있는 소리로

미래의 종이 몸을 더듬어 여기 이곳을 울리고 있다

처음 맞은 구름이 먹먹하고

모두 멍들게 한 것을 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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