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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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4, 2025

2025.02.04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저도 사람인지라 자꾸만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집에서만 시를 고르게 되네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시를 추천해주시면 검토 후 공유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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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률 <시계를 풀어 흔들어줘>

시계를 흔들면 내가 보이지 않을 거야

마음대로 나는 길을 갈 것이고

이제껏 맞아보지 않은 아침을 맞겠지

나뭇가지에 시계를 걸어서라도

시계를 흔들어줘

그러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공기와 공기 사이 빈틈으로 들어가 서서리 멈출 거야

수만 개의 솜털까지 멈출 거야

시간 없이 살 수 없었던 지금까지쯤이야

없었던 일로 화해해줄게

나에게 힘이 남아 있다면 목걸이를 벗어 흔들게

목걸이의 추를 허전히 바라보다 너는 굳을 테고

이제껏 내가 침묵했던 힘으로 너를 대할 테니

긴 솔로 거미줄을 털어내는 형식으로

다정하고 다정할게

시계를 흔들어줘

내가 이 잠에 들면

그대여 멀찌감치 물러나 있어줘

나는 잠들지만 너는 멀리서

나에게 하지 못한 말들을 챙긴 다음

구름을 벗어나줘

나는 나를 이제 아주 서서히 알아차렸으니

잠 속으로 들어가

차마 행하지 못한 죄들을 마저 저지를 것

침묵은 갈아서 흘려보내고

몸만 잠든 채로

몸만 보낼 테니

그러니 내가 잠들면 많은 이야기를 해줘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다 이야기하겠다고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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