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8 오늘의 시
강지이 <그림자 극장>
커다란 창이 있는 방이었다.
창밖으론 대여섯의 나무가 줄을 맞춰 드문드문 서 있고 그들은 저마다의 잎사귀와 얇거나 굵거나 딱 그 중간의 나뭇가지들을 가지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그 나무들은 핸드벨처럼 고유의 소리를 냈다.
나는 창을 연 채 그 방에 앉아 벽에 영화를 틀어놓았고
어제 저녁엔 다양한 여성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지금 같이 이곳에서 우리와 있다.에 대한 기록을 보면서
그나마 행복해했고
초저녁이 되면 영화를 튼 채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대여섯의 나무, 하늘을 수놓은 까만 나뭇가지 그 사이를 지나는 암청색의 빛 어디까지 갈지도 모르고 더 높이 닿을 수도 없을 것만 같은데 나뭇가지는 쉬지 않고 조금씩 하늘로, 더 위로 나아간다.
그런 아름다움을 보며
평생을 견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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