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5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얼마 전, 제가 사는 곳에 눈이 내렸습니다. 사실 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나가서 즐기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나가서 눈사람이라도 만들어 보라는 지인의 말에 제 차 위에 작은 눈사람을 만들고 다시 들어왔습니다.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 말이죠.) 막상 만들고 나니 다음 날 녹아 없어진 눈사람이 아쉬웠습니다. 사랑도, 일도, 삶도, “아, 쉽다”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참 아쉬워지는 법이더군요. 여러분은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 날이 더 많기를 희망합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최승호 <눈사람 자살 사건>
그날 눈사람은 텅 빈 욕조에 누워 있었다. 뜨거운 물을 틀기 전에 그는 더 살아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자살의 이유가 될 수는 없었으며 죽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사는 이유 또한 될 수 없었다. 죽어야 할 이유도 없었고 더 살아야 할 이유도 없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텅빈 욕조에 혼자 누워 있을 때 뜨거운 물과 찬물 중에서 어떤 물을 틀어야 하는 것일까. 눈 사람은 그 결과는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뜨거운 물에는 빨리 녹고 찬물에는 좀 천천히 녹겠지만 녹아 사라진 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었다.
나는 따뜻한 물에 녹고 싶다. 오랫동안 너무 춥게만 살지 않았는가. 눈사람은 온수를 틀고 자신의 몸이 점점 녹아 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다 잠이 들었다.
욕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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