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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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16, 2025

2025.01.16 오늘의 시

이승희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꽃이 지는 천변을 걸으며

어찌도 이리 다정하게

내 몸에 잠겨드는지

나는 애초 그것이 내 것인 줄 알았네

지는 것들을 보며

끈적이는 핏물이 꼬득꼬득 말라비틀어지도록

이처럼 황홀했던 저녁

내겐 없었다고 말해주었네

불 켜진 집들 사이에서

불 꺼진 집이 오랜 궁리에 빠져드는 동안

나는 그만

따라가고 싶었지

지는 것들의 뒤꿈치에 저리 아름다운 한가로움

내 것이 아닌 것들로 행복해지는 저녁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가로등 불빛이 말해주지 않아도

내게 구역질하지 않는 것들만으로도 얼마나 선한가

선한 것들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이제 나는 무엇을 더 내놓을 것인가 생각하는데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너는 가고

나는 남는구나

나는 남지 말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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