靈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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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 2025

2025.01.02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벌써 2025년이라뇨. 날아가는 시간을 다시 한번 체감합니다. 2024년을 보내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결국 이 시로 귀결되더군요. 어떤 시는 마지막 줄에 한 해 동안 미처 흘려내지 못한 모든 눈물을 쏟게 하기도 합니다.

여러분, 잘 버텨주어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미옥 <묵독>

심장 곁에 서서

물어볼 사람이 없다

바람이 불면 흔들리면서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흔들리면서

불현듯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

악의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

그건 나무 안에 있는 흔들림이야

한밤중 조명가게 옆을 지나면서

빛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말해본다

이 문장은 아주 좋은 문장이야

빛 잃은 것도 버리지 못하는 사람

너무 작은 것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주머니에서 줄줄 흘러나오는데

주머니를 버릴 수가 없다

잘 버려지지 않아서

단 하나의 침묵도 가지지 못한 사람

나는

쓰지 못할 것 같다

나라고밖에 쓰지 못할 것 같다

내게 말하듯이

네게 말하는 버릇

붉게 빛나는 십자가 수천 개

밤마다 빛을 뿜고 있는데

문이 닫혀 있는 줄도 모르면서

한밤중의 일들을

단편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연필을 깎는 일은

왜 뾰족해지는 일이어야 할까

잘 찢어지는 물음표의 끝을 만지며

뒤를 돌아보면 네가 앉아 있다

밝은 것은

아침에 열리고 저녁에 닫힌다

잘 버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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