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4 오늘의 시
황인찬 <무령>
“아, 저 키스는 좀……”
그런 말을 듣고 그냥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녁의 거리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크리스마스는 어디에나 빛이 많고 사람이 많고 현실감이 없군요
누가 자꾸 성냥을 사라거나
갑자기 세 명의 유령을 만난다거나
사랑하는 사람들이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다거나……
믿을 수 없는 일들만 일어나는 이것이
크리스마스의 기적이군요
이제는 눈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갈 곳은 없고
집에는 나를 기다리는 어둠뿐입니다
연말연시 어려운 이들을 잊지 말자는 목소리들
거리의 빈 곳을 채우는 눈송이들
모두 두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나를 기다리는 어둠이 나를 반기겠지요
따뜻한 옷을 입히고 배불리 먹일 겁니다
그래도 키스는 해줄 수 없다고
돌아가는 길에 잠시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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