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1 오늘의 시
김잔디 <고양이 심정>
키를 넘겨 쌓이는 눈을 헤치고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발밑이 푹푹 꺼진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오는 차를 간신히 피하고도
안도하는 마음 같은 건 들지 않는다
삼킬 뻔한 것을 뱉고 뱉을 뻔한 것을 삼켰다
복통으로 몇 날이 간다
기척에 놀라 그런 것인데 원망 같은 건 모르겠다
불이 무서운가?
나는 눈이 무섭다
친구가 갔다
친구가 가고 간신히 얻은 친구가 갔다
우리는 언제나 서로의 앞과 뒤를 지켜왔는데
춥고 모든 게 메마른 날 그렇게 됐다
사료와 물그릇
이것은 풍요도 빈곤도 아니다
밖은 언제나 밝고 어둠은 죽은 고양이의 콧잔등에나 내려않는다
심정이 가루 되어 날리는지
잡히지를 않는다
이 빛 속에서 슬픔 같은 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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