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7 오늘의 시
김은지 <차가운 밤은 참>
시청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리고
혜화역까지 갔다
날이 찼지만 손이 시리지는 않았다
일요일 밤
청계천을 따라 이렇게 가는 길은 처음이었다
신호에 걸려 멈추면
불꺼진 빌딩들
셔터를 내린 가게들
팔짱을 끼고 걷는 사람들을 보며 안심했다
차가운 밤은
차가운 밤은 참
깊이 내려앉는 것만 같고
오늘 내 기분은
외롭지도 두렵지도 않은데
차가운 밤은 참
이리도 스타벅스가 많다면
아침이면 낮이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여기 있을 것인데
큰 도시의 집은 멀리 가야 있고
다들 따스한 집에 잘 있는지
추워서 눈에서 물이 나온다
가만있는 나를 찾아와
울지 말라고 말하던 사람이 생각나
웃었다
거리 모퉁이에 하나둘
꼭 누가 지나간다
나와 신호를 기다리던 자전거 탄 사람은
배달 업체 가방을 메고
한적한 도심을
부드럽게
횡단한다
나는 자전거를 반납하고
환한 옷가게에 들어갔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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