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5 오늘의 시
안녕하세요. 영우지기입니다. 오늘은 김개미 시인의 <좀비가>라는 시를 준비했어요. 이 시는 장미가 피고 새소리가 나는 햇살 좋은 5월의 아침을 배경으로 하지만, 12월의 겨울에도 봄은 필요한 법이니깐요.
김개미 <좀비가>
지금껏 꿈속에만 좀비였는데
오늘 아침은 깨어 있는데도 좀비다
장미가 핀 것도
햇살이 좋은 것도
새소리에 상처 하나 없는 것도
신경질이 난다
전화가 오지 않아서
전화를 기다린다
전화가 와야, 전화가 와주어야
전화를 안 받을 . 수있다
그래도 너는 자꾸 예쁘고, 착하고, 순수하고
혹시 내가 신에게 할 말을
너에게 했던가
아프지 마, 죽지마, 떠나지 마,
같은 말
네가 오지 않아서
밤새도록 네가 오지 않아서
아름다운 오월의 아침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여전히 너는 예쁘고 착한 나의 애인이지만
나는 외롭고 답답하다
흉측하고 너덜너덜하다
밥을 한술 떠 입에 넣으려다
창문 밖으로 숟가락을 던진다
밥은 무슨 밥이야? 좀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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